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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보도|스카이데일리2023.10.25
“사각지대 놓인 ‘미혼부 가정’ 돕기 위해 나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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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와 같은 사례처럼 출생신고를 못해 법적으로, 정신적으로 힘들어하는 ‘싱글대디’들을 지원하는 것이 저희 단체가 하는 일이에요. 저 또한 아빠가 되기 전까지는 겪지 못했던 일이에요. 청소년관련 석사학위를 갖고 있는데 대학원 시절에는 논문을 준비하면서 관련 사례를 통해 청소년 미혼부와 미혼모를 접한 얕은 지식은 있었지만 마음에 와닿거나 하지는 않았어요. 그땐 제가 이렇게 한 아이의 아빠로서 같은 입장에 있는 사람들을 돕게 될 줄은 전혀 생각도 못 했죠.”

부모가 합심해서 아이들을 키우기도 벅차다고 하는 요즘, 엄마 없이 혹은 아빠 없이 아이의 양육·교육을 홀로 떠맡게 된 싱글맘·싱글대디는 여느 부모보다 두 배 이상의 몫을 해내야 한다. 특히 혼자인 아빠들은 어디에 말할 곳도 하소연할 곳도 없는 것이 현주소다. 아이는 엄마가 키워야 한다는 가부장적 고정관념이 여전히 우리 사회에 뿌리 깊이 박혀 있기 때문이다. 아이를 혼자 키우는 아버지들은 큰 죄를 짓고 사는 마음으로 하루하루 아이를 키우고 있다.

이러한 ‘싱글대디’들에게 도움의 손길을 내밀어주는 곳이 바로 ‘한국미혼부가정지원협회’다. 이 협회의 김지환 대표(42) 역시 한 아이를 홀로 키우는 아빠로서 싱글대디의 애로점을 몸소 겪은 경험을 토대로 힘들어하는 주변의 싱글대디들을 돕고자 나섰다. 이 단체는 사실상 우리나라에서 미혼부를 위한 유일한 단체로서 아이의 출생신고조차 하기 힘든 아빠들의 소송과 경제적 상황 등을 지원해주는 역할을 하고 있다.

“엄마 없는 아이, 아빠 없는 아이에 대한 편견 없애고파”
2015년 5월 18일 신설된 가족관계의 등록 등에 관한 법률 제57조 제2항, 일명 ‘사랑이법’이 만들어졌다. ‘모의 성명·등록기준지 및 주민등록번호를 알 수 없는 경우에는 부의 등록기준지 또는 주소지를 관할하는 가정법원의 확인을 받아 제1항에 따른 신고를 할 수 있다’는 내용이다. ‘혼인 외 출생자의 신고는 모가 하여야 한다’는 동법 제46조 제2항 때문에 출생신고조차 하지 못한 채 고통 받는 미혼부와 아이들에게 삶의 희망을 열어준 법이었다.

이 법은 김 대표가 미혼부 자녀의 출생 신고를 위해 1인 시위와 방송출연 등 갖은 노력 끝에 만들어진 법이다. 2014년 1월 이후로 아이는 주민번호와 의료보험이 없는 채로, 아빠인 자신은 신용불량자에 임금까지 떼이는 등 힘든 시간을 겪다가 1년 4개월 뒤에야 출생신고를 하게 됐다고 김 대표는 밝혔다.

하지만 우리나라에는 여전히 사랑이법을 적용받지 못하는 한부모 가정이 많다. 출생신고를 위해 소송을 걸어 아이의 출생을 증명해야 할 정도로 힘든 상황이다. 통계청에서 각종 통계로 잡고 있는 미혼부 가정은 아이의 출생신고가 된 경우일 뿐이고 실제로는 그 수가 얼마나 되는지 파악도 안 되고 있다. 김 대표는 이러한 이유에 대해 사회적으로는 가정에 대한 개념이 많이 바뀌었지만 정치와 법과 우리들의 인식은 변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예전에는 대가족과 핵가족의 구분만 있었다고 한다면, 지금은 외국인 부모가 있는 다문화 가정·한부모 가정·미혼부모 가정 등 다양한 형태의 가족 구성이 생겨나고 있어요. 옛날 저희 부모님 세대는 ‘나보다 자식이 먼저다’였지만, 이제는 굳이 힘든데 억지로 참으면서 결혼을 유지할 필요 없이 내가 힘들면 이혼하는 세상이 됐죠.”

김 대표는 전통적인 부모·자식 관계에서처럼 부모가 자식을 위해 희생하는 분위기가 바뀌고 있다는 현실을 이야기했다. 아이를 위한 희생보다는 부모의 인생을 중시하는 방향으로 가치관이 변했다는 것이다. 이런 사회 분위기 또한 한부모 가정이 생기는 데 영향을 미쳤다고 그는 말했다.

“하지만 최소한 태어나거나 태어날 아이에게 주민번호라는 살길은 만들어줘야 하는데 이것이 막혀 있는 현실이 씁쓸하죠. 한부모 가정이 힘든 건 엄마나 아빠가 없다는 이유로 앞으로 자라나야 하는 아이들에 대한 선입견·편견과 부단히 싸워 나가야 한다는 점도 한 몫 해요. 아빠나 엄마가 있든 없든, 부자든 가난하든 상관없이 아이들은 보호되고 행복하게 자라날 권리가 있는 게 아닐까요?”

“4, 5세 아이들을 보면 재력도 성별도 가족관계도 아이들에겐 중요하지 않죠. 장난감을 누가 차지할까에 대한 갈등만 있어요. 나이를 먹고 조금씩 크다 보면 어느 새부턴가 편을 가르고 있더라구요. 결국 차별과 편견이 인간의 본성은 아니기 때문에 다양성을 인정하는 법을 어릴 때부터 학습하는 사람들이 많아져야 모두가 함께 잘 살아갈 수 있는 사회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해요.”

법무법인 승소의 정훈태 변호사는 한국미혼부가정지원협회에서 자문을 맡아 도움을 주고 있다. 정 변호사는 우리나라 가족 관계에 관한 법은 ‘아이들의 기본권보다 상속 등 부모의 권리가 우선시 된 법’이라고 설명했다. 중복출생신고와 친생추정위반 그리고 가족 관계에서 일어나는 각종 문제들을 막기 위해 출생신고를 까다롭게 한다는 것이다. 정 변호사는 가장 중요한 것은 아이들의 기본권인 출생신고가 먼저 이루어지고 나서 판단해야 하는 문제라고 지적했다.

“미혼부가정지원협회가 언젠가는 사라질 수 있는 단체이길 바라”
김 대표는 협회의 자문을 맡아주고 있는 정 변호사와 함께 별도의 후원 요청 없이 직접 사비를 들여서 이 단체를 운영하고 있다. 강연·인터뷰도 하고 외국인들을 위한 공식행사에서 인솔과 운전까지 맡는 등 사랑이를 홀로 키우는 가운데 여유가 생길 때마다 단체를 위한 활동에 투신하고 있다.

김 대표는 자신이 이렇게 활동하는 것은 남보다 시간적·경제적 여유가 있어서 그런 것은 아니라고 말했다. 시간 여유가 많거나 부자가 아니어도 다른 사람을 도우며 살 수 있다는 걸 그의 딸과 다른 한부모 가정에게 보여주고 희망과 용기를 전해주겠다는 의미가 있다고 그는 강조했다.

“이 단체를 만든 계기는 현실적 난관의 출구가 없어서 힘들어하는 미혼부들에게 ‘힘들면 나와 함께 고민하자’는 마음으로 시작한 것이에요. 저는 이 단체를 활성화해서 한부모 가정을 위한 거창한 복지를 만들자는 게 절대 아니에요. 양육으로 힘들고 지쳐 삶의 포기 직전까지 가는 한부모 가정에 나라는 존재라도 작은 도움이 될까 싶어서 시작한 거죠.”

2010년부터 지난해까지 방송된 프로그램이 있다. 바로 ‘안녕하세요’라는 프로그램이다. 이 프로그램에서 마지막으로 하는 멘트가 있다. “이 세상에 고민 없는 그날까지 ‘안녕하세요’는 앞으로도 계속됩니다.” 김 대표 역시 궁극적으로는 이 단체가 사라지는 것이 목표라고 전했다.

“아이들이 생존에 대한 고민 없이 인간으로서 누려야 할 기본적인 권리를 갖고 안정감 있게 살아갈 수 있는 날이 온다면, 사회가 우리 협회를 더 이상 필요로 하지 않겠지요. 그것이 우리 협회가 지향하는 목표예요. 그런 날이 하루라도 빨리 오도록 국가와 사회 그리고 우리가 나서는 것이야말로 우리 협회가 가장 바라는 것이죠.”

김 대표는 이를 실현하기 위해 우선 한부모 아이들이 상처받지 않고 잘 자랄 수 있도록 공동 육아마을 같은 것을 이 단체를 통해서 해보고 싶다는 비전 또한 갖고 있다고 밝혔다. 그가 사무실 겸 운영하는 공부방은 아이들이 편안한 마음으로 찾아와 자유롭게 뛰어 놀 수 있도록 언제나 개방되어 있다. 그는 아이를 홀로 키우느라 자신을 돌볼 여유가 없는 이들의 건강도 염려했다.

“아이를 홀로 키우는 아빠와 엄마는 아이들이 다 클 때까지 아플 자격도 시간도 없어요. 무엇보다 엄마·아빠들이 건강하셔야 해요. 아이가 아직 어린데 엄마나 아빠가 병원신세를 오래 지게 되거나 혹시라도 돌아가시면 그 아이는 세상의 피붙이 하나도 없는 존재가 되잖아요. 아이에게 부모란 ‘내 옆에 있다’는 존재만으로 마음 한 부분을 든든하게 채워주는 존재니까요.”

정 변호사 역시 앞으로 아이들의 기본권을 위해 다양한 한부모 가정을 지원하고 이를 위한 노력에 앞장서겠다며 홀로 아이를 키우는 아빠들과 엄마들에게 용기를 내라고 말했다. 특히 소송 등 법적인 문제와 관련해서는 우선 겁부터 먹는 경우가 많다면서 그런 문제가 있을 때 협회가 도움을 주고 응원하겠다고 밝혔다.

“저는 미혼부들과 미혼모들께 용기를 좀 내라고 말해주고 싶어요. 특히 엄마 없이 아이를 키우시는 분들이 더 자신감이 없어 보여요. 그러지 마시고 용기를 좀 내시고 법률적으로 어려운 부분이나 생활적으로 힘든 부분 속에서도 저희가 도와드릴 테니 힘내셨으면 좋겠어요. 앞으로 저희 목표는 한부모 가정의 출생신고가 용이하고 양육비 잘 받는 시스템을 갖추는 거예요. 이를 위한 법률제정운동도 준비하고 있고 그런 사회를 만들어나도록 저도 힘을 보태려고 해요.”

[유환인 기자 / 행동이 빠른 신문 ⓒ스카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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